밤 10시. 진작 영업이 끝난 시간이었지만, 까치 레스토랑 본점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 나온다. 나와.”

롤베팅 안주로 먹을 파스타랑 스테이크 가져가세요.”

“아, 감사합니다. 제가 나를게요. 아주머니.”

“호호, 고마워. 태근아.”

아니, 오히려 영업시간만큼이나 분주하기만 했다.

오상우와 이현숙을 비롯한 직원들이 분주하게 요리를 만들어냈고, 이태근 그리고 김희연은 분주하게 테이블로 요리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레스토랑의 좌석들 역시 꽉 차 있는 상태였다. 다만, 홀 테이블들의 배치가 평소와는 달랐는데, 여러 군데 분산되어 있던 테이블들을 한데 모아 커다란 테이블 하나가 홀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롤베팅 홀에 모여 있는 사람들 역시 낯선 사람들이 아니었다.

지금 서빙을 돕고 있다지만, 이태근과 김희연만 하더라도 이제 은평쪽에서 까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어엿한 점주였다.

그리고, 저기 테이블 오른쪽에 앉아 연거푸 와인을 들이키는 중인 노신사는 김희철 셰프였고, 그와 건배를 하며, 매콤한 아라비아따 리조또를 떠먹고 있는 것은 백현민 숙수였다.

“그런데 화질이 썩 좋진 않네요?”

“하하”

“흠, 좋긴 한데 이거 번역은 안 되는 건가?”

“거기 미튜브 자동 자막 설정 눌러보세요. 그러면 다는 몰라도 대충 이해는 할 수 있을거예요.”

“아 여기? 오, 대충 한국어로 해석이 돼서 나오는 구나.”

어디 그들뿐일까? 레스토랑에 달려 있는 TV에 핸드폰을 연결해, 어떻게든 자막이 나오게 하려 낑낑 되는 류광성까지. 그 외에도 임연우 셰프나 가수 이승진 등. 수많은 사람들이 까치 레스토랑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그 깊이만 다를 뿐이지 재민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바쁘게 활동하는 중인 사람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금 TV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6위권 발표군요. 2020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위는 오, 이런! 영국 레스토랑입니다. 영국의 디너 바이 런던 화이트멘탈!]

와아아아아!

유쾌한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화면에서 흘러나왔다.

월드 10 베스트 레스토랑.(The World’s 10 best Restaurants).

2002년부터 영국의 미식비평가기관인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의 주최로 시작된 레스토랑과 미식 평가 순위.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처럼, 전 세계 유명 레스토랑들에 정체를 숨긴 평가위원들을 파견하여 투표 집계를 통해 순위를 매긴다.

새로운 미식관,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식관을 주제로 해마다 펼쳐지는 이 행사는 셰프와 요식업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명예, 그리고 축제의 장이다. 마치 연말 가요 순위 발표나, 빌보드 차트 발표 순위처럼 말이다.

이번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발표 행사는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뉴욕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재민이기에 참석은 당연한 일.

오늘 까치 레스토랑에 모인 사람들은 비스트로노미 레이븐 본점의 수상을 함께 보기 위해서였다.

“허허, 6위까지 발표 했는데 아직 호명 안된 거 보면, 5위 안에 든 것 같은데…… 참, 아직 20대밖에 안되었는데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탑 5안에 들다니,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대단한 인재는 대단한 인재야.”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김희철이 자랑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선생님. 하하, 40위권 안에 들었다고 자신만만했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지네요. 하하하하!”

말은 그렇게 하지만 권경률은 전혀 침통해 보이는 얼굴이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평가에서 37위를 기록한 5 타볼라.

권경률은 그 순위에 만족하고, 더 열심히 한다면 순위가 올라갈 거라는 낙천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게 권경률의 성격이자 미식관.

그렇기 때문인지 권경률은 오히려 순수한 경의와 기쁨을 담아 언제 재민의 이름이 불리는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 [4위는 북미의 올해 최고 레스토랑인, 싸우전드 파크!]